부부 관계 연구로 알려진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아버지가 자녀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도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워싱턴대학교가 아버지의 날에 맞춰 소개한 그의 연구는, 좋은 아버지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아는 사람이라고 짚습니다. 가트맨은 이를 '감정 코칭(emotion coaching)'이라 불렀고, 저서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Raising an Emotionally Intelligent Child)』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아래는 그 자료에서 추린, 아버지가 갖추면 좋은 여섯 가지 태도를 6위부터 1위까지 짚어 본 것입니다.
6위. 가르치고 물러서기
가트맨은 감정에 밝은 아버지가 아이를 다루는 방식을 한 줄로 설명했습니다. 정보를 주어 가르치되, 그다음에는 끼어들지 않고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옳은 행동을 했을 때 그제야 칭찬을 건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매번 정답을 먼저 내미는 아버지와 한 박자 기다려 주는 아버지는 아이가 받는 신호가 다릅니다. 한국의 30~50대 직장인 아버지에게도 익숙한 장면입니다. 숙제든 자전거든, 손을 떼는 타이밍이 의외로 어렵습니다.
5위. 감정에 이름 붙여 주기
가트맨이 남긴 표현 중 하나는 "감정을 가리키는 말은 힘"이라는 것입니다. 화가 났는지 서운한지 무서운지, 아이가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단어로 잡아낼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가리킵니다. 워싱턴대학교 자료는 이를 두고 감정에 밝은 부모가 아이에게 힘을 실어 주는 과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막연한 짜증이 "지금 좀 억울해"로 바뀌는 순간, 아이는 감정을 다스릴 첫 손잡이를 쥡니다. 말수가 적은 아버지라도 이 한 가지는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4위. 감정을 인정해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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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맥락을 이해하며, 아이에게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줍니다." |
가트맨의 감정 코칭에서 출발점에 놓이는 태도입니다. 아이가 우는 이유를 곧장 고치려 들기보다, 그 감정이 일어난 상황을 먼저 헤아립니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이라 여기기 쉽지만, 가트맨의 자료는 인정이 먼저라고 봅니다. 받아들여진 경험이 쌓인 아이는 학교와 또래 사이에서 문제 행동이 적었다는 관찰도 함께 소개됩니다. 퇴근 후 짧은 대화에서도 적용해 볼 만한 순서입니다.
3위. 감정을 적으로 두지 않기
가트맨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아버지가 감정을 긍정적인 것으로 보는가, 아니면 없애야 할 무언가로 여기는가. 감정을 '약함'으로 취급해 야단치거나 무시하는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아이는, 워싱턴대학교 자료에 따르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장 박동이 오래 가라앉지 못하는 등 생리적으로 덜 안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감정을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아이는 빠르게 진정됐습니다. "사내가 울긴" 같은 말이 익숙한 한국의 정서에서,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대목입니다.
2위. 멈춰 줄 때를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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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버지는 언제 멈춰야 할지 알고, 아이가 진정하도록 돕습니다." |
신나게 놀던 아이가 흥분으로 넘어가기 직전, 속도를 늦춰 주는 일을 말합니다. 가트맨은 이것을 이른 시기의 감정 코칭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흥분과 안정 사이를 오가는 경험을 아버지와 반복한 아이는, 감정의 파도를 스스로 가라앉히는 법을 몸으로 익힙니다. 워싱턴대학교 자료는 이런 아버지의 아이가 심장 박동이 빠르게 올랐다가 빠르게 회복된다고 전했습니다. 끝까지 받아 주는 것만큼이나, 멈춰 줄 때를 아는 것도 아버지의 몫입니다.
1위. 몸으로 함께 노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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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고유함은 활기찬 놀이에 있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그렇게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가트맨이 아버지의 역할에서 특히 주목한 지점입니다. 거칠고 활기찬 몸놀이는 아버지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통로이고, 동시에 감정 코칭이 시작되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놀이로 한껏 끌어올렸다가 다시 가라앉히는 그 흐름 속에서, 아이는 강한 감정을 안전하게 다루는 연습을 합니다. 워싱턴대학교가 소개한 가트맨의 연구는, 감정에 밝은 아버지의 아이가 수학·읽기 성취가 높고, 주의 집중 시간이 길며, 학교와 또래 사이에서 문제 행동이 적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까지 낮았다고 전했습니다. 비싼 선물이나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함께 뒹굴며 보내는 시간이 아버지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주말 30분,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아이와 몸으로 노는 일부터가 출발선입니다.
여섯 가지를 다시 훑어보면 한 가지 결이 통합니다. 좋은 아버지의 조건은 능력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 곁에 머무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멀리서 지켜보며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보다, 함께 놀고 함께 가라앉히고 감정에 이름을 붙여 주는 사람을 가트맨의 자료는 가리킵니다.
이 글에 담긴 연구 결과는 영어권 가정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한국의 양육 환경과 그대로 겹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큰 방향은 어느 가정에서나 곱씹어 볼 만합니다. 오늘 저녁, 아이의 짜증을 고쳐 주기 전에 먼저 그 마음을 한 번 읽어 주는 일부터 가벼이 시작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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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 정보 제공을 위한 인사이트 큐레이션이며, 의료·금융·법률 결정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출처
- John Gottman & Joan DeClaire, Raising an Emotionally Intelligent Child: The Heart of Parenting (Simon & Schuster, 1997). 가트맨 인스티튜트 도서 소개
- Joel Schwarz, "Teaching emotional control could be the best Father's Day present", University of Washington News (1999). 워싱턴대학교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