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이 어느 나라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시각화 매체 비주얼 캐피털리스트(Visual Capitalist)가 독일 홉 업계의 연례 자료인 바르트하스 리포트(BarthHaas Report)를 바탕으로 2024년 세계 맥주 생산량 순위를 정리했습니다. 이 리포트는 전 세계 맥주·홉 거래 흐름을 매년 집계하는 업계 표준 자료로, 국가별 생산량을 십억 갤런 단위로 보여 줍니다. 자료를 살펴보며 눈에 띈 점은, 상위 다섯 나라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7위부터 한 계단씩 내려가며 1위까지 따라가 봤습니다.
7위. 정밀한 라거, 일본
7위는 일본으로, 2024년 약 12억 갤런(전 세계의 2.4%)의 맥주를 생산했습니다. 1위 중국과 비교하면 7~8분의 1 수준이지만, 인구 규모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양입니다. 일본 맥주 시장은 소수의 대형 양조사가 주도하는 구조로, 라거 중심의 깔끔한 맛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주세 체계가 복잡해, 발포주나 제3맥주 같은 변형 제품이 발달했다는 부분입니다. 한국 편의점에서도 익숙하게 보이는 일본 브랜드들이 이 순위의 바탕에 있는 셈입니다. 이웃 나라의 맥주 한 잔에도 그 나라의 세금과 소비 문화가 담겨 있다는 점을 떠올리게 됩니다.
6위. 전통의 본고장, 독일
6위는 맥주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독일로, 2024년 약 22억 갤런(4.5%)을 생산했습니다. 옥토버페스트와 맥주 순수령(맥주에 보리·홉·물·효모만 쓰도록 한 1516년 규정)으로 상징되는 나라이지만, 생산량 순위에서는 6위에 자리합니다. 비주얼 캐피털리스트는 독일이 오랫동안 유럽 최대 맥주 생산국 자리를 지켜 왔다고 짚으면서도, 2024년에는 그 자리를 내주었다고 설명합니다. 전통의 무게가 곧 생산량 1위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명성과 규모가 항상 같이 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 맥주 순위는 담담하게 보여 줍니다.
5위. 자리가 바뀐 러시아
5위는 러시아로, 2024년 약 24억 갤런(4.8%)을 생산하며 독일을 제치고 유럽 최대 맥주 생산국으로 올라섰습니다. 비주얼 캐피털리스트는 이 변화의 배경으로, 여러 서방 양조사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점을 들었습니다. 칼스버그의 현지 법인 발티카(Baltika)가 2023년 국가에 의해 접수된 뒤 현지 경영진에게 매각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시장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산 통계의 지형도 함께 움직인 것입니다. 맥주 한 잔의 순위 뒤에 국제 정세와 기업의 이동이 얽혀 있다는 점이,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4위. 수출 허브, 멕시코
4위는 멕시코로, 2024년 약 38억 갤런(7.7%)을 생산했습니다. 3위 브라질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사실상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입니다. 비주얼 캐피털리스트는 멕시코가 세계 주요 맥주 브랜드의 핵심 수출 거점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만나는 코로나나 모델로 같은 이름들이 이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자국 소비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수요까지 떠받치는 생산 구조가, 멕시코를 상위권에 올려놓았습니다. 맥주가 한 나라의 어엿한 수출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3위. 무더운 나라, 브라질
3위는 브라질로, 2024년 약 39억 갤런(7.9%)을 생산했습니다. 연중 더운 기후와 큰 인구가 맞물려, 시원한 맥주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나라로 꼽힙니다. 비주얼 캐피털리스트 자료에서 상위 다섯 나라의 생산량을 합치면 약 125억 갤런에 이르는데,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남미를 대표하는 맥주 생산국으로서, 브라질은 축구와 카니발만큼이나 맥주와 가까운 나라이기도 합니다. 기후와 인구라는 조건이 생산량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엿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2위. 다양성의 시장, 미국
2위는 미국으로, 2024년 약 49억 갤런(9.8%)을 생산했습니다. 대형 양조사의 라거부터 지역마다 자리 잡은 크래프트 맥주(소규모 양조 맥주)까지, 폭넓은 다양성이 미국 맥주 시장의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생산량 면에서는 1위 중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릅니다. 한 나라 안에서 수천 개의 양조장이 경쟁하는 시장이라는 점이, 단일 1위보다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양적 규모와 질적 다양성이 꼭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점을, 미국 사례가 잘 보여 줍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수제 맥주가 늘고 있어, 이 흐름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1위. 압도적 규모,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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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24년 90억 갤런의 맥주를 생산해, 전 세계 다섯 잔 중 한 잔 가까이를 책임졌습니다." — 비주얼 캐피털리스트, 바르트하스 리포트 2024/25 정리 |
1위는 중국으로, 2024년 약 90억 갤런(18.2%)의 맥주를 생산했습니다. 이는 2위 미국과 3위 브라질의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치입니다. 전 세계 맥주의 약 18%가 중국 한 나라에서 만들어진다는 뜻이니, 그 규모가 좀처럼 가늠되지 않습니다. 비주얼 캐피털리스트는 14억 인구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 이 압도적 생산량의 바탕이라고 설명합니다. 칭다오나 설화 같은 브랜드가 자국 소비를 떠받치는 가운데, 중국은 생산량과 소비량 모두에서 세계 최대 맥주 시장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맥주라는 음료 하나에도 인구와 시장의 크기가 그대로 반영된다는 사실이, 1위 자리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순위를 7위부터 1위까지 따라가다 보면, 맥주 생산량은 단순히 술을 즐기는 정도가 아니라 인구·기후·세금·국제 정세가 함께 빚어내는 결과라는 점이 보입니다. 명성이 높은 독일이 6위에 머무는가 하면, 정세 변화로 러시아가 유럽 1위로 올라서는 장면처럼, 순위는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한국은 이 상위 순위에는 들지 않지만, 수입 맥주와 수제 맥주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곳입니다. 다음에 맥주 한 잔을 들 때, 그 한 잔이 어느 나라의 어떤 사정을 거쳐 왔을지 잠시 떠올려 보면 평소보다 조금 더 흥미로운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출처
- BarthHaas, BarthHaas Report 2024/25 (BarthHaas, 2024). 세계 맥주 생산량 순위를 정리한 비주얼 캐피털리스트 기사에서 재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