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기댈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나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4년 11월 발표한 『How's Life? 2024』에서 한국인 10명 중 약 8명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회원국 평균이 10명 중 9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 칸 낮은 자리입니다. 개인주의가 강하다고 알려진 서구권과 한국의 관계 문화를 데이터로 나란히 놓고 보면, 흔한 통념과는 결이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곁에 기댈 사람이 있느냐는 한 가지 질문
같은 질문을 두고 한국과 OECD 평균이 어떻게 갈리는지부터 살펴보면 흥미롭습니다. OECD의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지표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의지할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가"라는 단일 질문에 대한 응답 비율입니다. 갤럽 세계여론조사(Gallup World Poll) 2022~2023년 자료를 바탕으로 합니다.
| 구분 | 의지할 사람이 있다고 답한 비율 |
|---|---|
| OECD 평균 | 약 90% |
| 한국 | 약 80% |
수치 차이는 10%포인트 안팎입니다. 절대값만 보면 한국인 다수도 기댈 사람이 있다고 답했으니 비관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OECD 회원국 가운데 낮은 편에 속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서구권을 '개인주의', 한국을 '집단주의'로 묶는 익숙한 도식대로라면 가족·이웃과 끈끈한 한국이 더 높아야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막상 "곤란할 때 실제로 기댈 한 사람"을 묻자 결과가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집단주의 정서가 곧 촘촘한 개인 안전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 부분이 문화 비교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입니다.
같은 지표가 나이에 따라 이렇게 벌어집니다
이 한 가지 지표를 연령대로 쪼개 보면 격차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OECD가 한국의 웰빙을 별도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70세 이상 고령층의 사회적 지지 응답률은 평균보다 한참 아래로 내려갑니다.
| 집단 | 의지할 사람이 있다고 답한 비율 |
|---|---|
| 한국 70세 이상 남성 | 61% |
| 한국 70세 이상 여성 | 65% |
| OECD 70세 이상 남성 평균 | 89% |
| OECD 70세 이상 여성 평균 | 87% |
같은 '사회적 지지'라는 지표인데도 고령층에서는 한국과 OECD 평균의 차이가 20%포인트를 훌쩍 넘깁니다. 전체 평균에서 보였던 10%포인트 안팎의 간극이, 나이 든 세대로 가면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지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격차가 특정 세대에 몰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체 수치만 보면 "조금 낮은 편" 정도지만, 70세 이상으로 한정하면 서구권과의 거리가 훨씬 큽니다. 자녀와 함께 살던 대가족 구조가 빠르게 핵가족·1인 가구로 바뀐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가족 중심으로 짜였던 노년의 관계망이 그 자리를 대신할 사회적 연결로 충분히 메워지지 못한 상황을 짐작하게 합니다.
|
📌 숫자로 보면 한국 70세 이상의 사회적 지지 응답률은 남성 61%, 여성 65%. OECD 평균(남 89%·여 87%)과 20%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습니다. (OECD, 갤럽 세계여론조사 2022~2023) |
한국 안에서 본 '도움받을 사람'과 외로움
여기서 한국 자체 통계로 시선을 옮겨 보겠습니다. 다만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OECD 지표는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친척이 있는가"라는 단일 질문이고, 한국 통계청(국가데이터처)의 사회조사는 상황별(아플 때, 우울할 때, 돈이 필요할 때)로 나눠 묻습니다. 질문 방식과 모집단이 달라 두 수치를 같은 표에 묶어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한국 내부 결과만 따로 정리하고, 앞의 OECD 그림과는 맥락으로만 연결하겠습니다.
통계청이 2025년 11월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상황 |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 (전체) | 1인 가구 |
|---|---|---|
|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때 | 75.1% | 68.9% |
|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 78.8% | 73.5% |
| 갑자기 돈을 빌려야 할 때 | — | 45.6% |
전체적으로 한국인 다수는 곁에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1인 가구로 좁히면 모든 항목에서 비율이 내려갑니다. 특히 "돈을 빌려야 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는 1인 가구 응답은 45.6%로,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평소 외로움을 느낀다는 응답은 전체 가구 38.2%, 1인 가구 48.9%로 나타났습니다. 국민 10명 중 약 4명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셈입니다. 앞서 본 OECD 사회적 지지 지표가 낮은 편이라는 결과와, 한국 내부의 외로움·고립 수치는 측정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런 정황을 두고 한국이 관계의 양은 많아 보여도 "정작 기댈 한 사람"의 밀도는 옅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왜 집단주의 사회에서 기댈 사람이 더 적게 나올까요
통념과 데이터가 어긋나는 이 지점을 한 박자 멈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구권의 개인주의는 흔히 "각자도생"으로 번역되지만, 실제로는 가족 바깥에서 친구·이웃·지역 공동체 같은 다층적 관계망을 따로 쌓아 온 문화이기도 합니다. 반면 한국의 관계는 오랫동안 가족과 직장이라는 두 축에 집중돼 왔습니다. 그 두 축이 핵가족화·고령화·1인 가구 증가로 흔들리면, 그 자리를 대신할 느슨하지만 넓은 연결망이 상대적으로 얇았던 셈입니다. OECD가 2025년 10월 발표한 『Social Connections and Loneliness in OECD Countries』도, 한국 정부가 2025년 '사회적 고립·외로움 대응'을 핵심 정책 과제로 내세운 사실을 별도로 언급했습니다. 집단주의 정서가 곧 개인의 촘촘한 안전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 이 부분이 문화 비교에서 마음에 남습니다.
이 데이터를 내 관계망에 비춰 본다면
데이터를 본 김에 내 곁의 관계를 한 번 점검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가족·직장 말고, 곤란할 때 연락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지 떠올려 보기
✅ 아플 때 / 우울할 때 / 급히 돈이 필요할 때 — 세 상황 각각 기댈 사람이 있는지 나눠 생각해 보기
✅ 부모님이나 1인 가구 지인처럼, 관계망이 좁아지기 쉬운 가까운 사람의 안부를 정기적으로 챙기기
✅ 동호회·지역 모임처럼 가족·직장 바깥의 느슨한 연결을 의식적으로 한두 개 만들어 두기
거창한 결심보다, 위 네 가지 중 지금 비어 있는 칸이 어디인지 확인해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데이터가 보여 주는 빈자리는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연락처에서 메워지기 때문입니다.
출처
-
OECD (2024). How's Life? 2024: Well-being and Resilience in Times of Crisis. OECD 보고서 페이지
-
OECD (2026). Inclusive and Sustainable Well-being in Korea (사회적 지지 연령별 분석, 갤럽 세계여론조사 2022~2023 기반). OECD 보고서 페이지
-
OECD (2025). Social Connections and Loneliness in OECD Countries. OECD 보고서 페이지
-
통계청·국가데이터처 (2025). 『2025년 사회조사 결과(복지·사회참여·여가·소득과 소비·노동)』. 통계청 보도자료
-
통계청 (2024). 『2024년 사회조사 결과(가족·교육과 훈련·건강·범죄와 안전·생활환경)』. 통계청 보도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