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만화책을 종이로 읽은 사람과 태블릿으로 읽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해한 정도는 비슷했지만, 이야기의 앞뒤를 엮어 답해야 하는 질문에서는 종이로 읽은 쪽이 더 빨랐습니다. 2026년 6월 PLOS ONE에 실린 도쿄대 연구가 뇌 스캔으로 확인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정작 우리는 어떤 독서법으로 책을 읽고 있을까요?
같은 만화를 읽어도, 뇌가 들인 힘은 달랐습니다
도쿄대 우메지마 게이타(Keita Umejima) 연구팀은 일본어가 모국어인 대학생·대학원생 25명에게 인기 만화의 앞부분을 종이 또는 태블릿으로 읽게 한 뒤, 뒷부분을 읽는 동안의 뇌 활동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가 2026년 6월 PLOS ONE에 실린 논문으로 공개됐습니다. 이야기 전체를 엮어야 풀 수 있는 질문에서 두 집단의 정답률은 비슷했고, 차이는 '얼마나 힘을 덜 들이고 답했는가'에서 드러났습니다.
| 구분 | 종이로 먼저 읽은 경우 | 태블릿으로 먼저 읽은 경우 |
|---|---|---|
| 이해 정답률 | 비슷함 | 비슷함 |
| 통합형 질문 응답 시간 | 더 빠름 | 더 오래 걸림 |
| 전두엽 언어영역 활동 | 더 적음(효율적) | 더 많음 |
정답률이 같다는 건 두 방식 모두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뜻입니다. 다만 앞뒤 정보를 통합해야 하는 어려운 질문에서, 태블릿으로 먼저 읽은 쪽이 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뇌 스캔에서도 종이로 읽은 집단은 언어와 서사 통합을 맡는 전두엽 영역의 활동이 오히려 더 적었습니다. 같은 이해에 이르는 데 뇌가 힘을 덜 썼다는 의미입니다. 연구팀은 종이가 주는 고정된 위치, 손끝의 촉감 같은 안정적 단서가 이야기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줬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참고로 태블릿은 자성 때문에 MRI 안에 들일 수 없어, 뒷부분은 참가자 모두 MRI 호환 안경형 화면으로 읽었다는 점은 결과를 볼 때 감안할 대목입니다.
이 연구를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심리학자 스콧 배리 카우프만(Scott Barry Kaufman)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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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는 안정적인 공간 좌표를 준다. 이미 읽은 분량의 무게감, 특정 장면이 놓인 고정된 자리 — 그 덕에 뇌는 이야기의 지도를 그리는 데 힘을 덜 쓴다." — 스콧 배리 카우프만, 「Research Roundup, July 2026」 뉴스레터 (2026) |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읽고 있을까요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위 연구는 '뇌가 이야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엮는가'를 측정했고, 아래 한국 자료는 '사람들이 어떤 매체로 얼마나 읽는가'를 조사한 것입니다. 측정 대상이 달라 두 수치를 직접 맞대어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독서법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참고가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겠습니다.
| 매체 | 성인 독서율(2023년) |
|---|---|
| 종이책 | 32.3% |
| 전자책 | 19.4% |
| 오디오북 | 3.7% |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로, 2년 전보다 4.5%포인트 줄어 조사 이래 가장 낮았습니다. 매체별로는 여전히 종이책(32.3%)이 전자책(19.4%)을 앞섭니다. 눈에 띄는 건 종이책 독서율의 낙폭입니다. 10년 전 71.4%였던 성인 종이책 독서율은 32.3%까지 내려앉아, 그 사이 39.1%포인트가 빠졌습니다. 읽는 사람은 줄고, 읽더라도 화면으로 옮겨 가는 흐름이 겹쳐 있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매체별 연간 독서량입니다. 성인 전체 평균으로 보면 종이책이 1.7권, 전자책이 1.9권으로, 합산한 종합독서량 3.9권 안에서 전자책 쪽이 근소하게 앞섭니다. 읽는 양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무게중심이 화면 쪽으로 옮겨 가고 있는 셈이라, 그렇다면 '무엇으로 읽느냐'가 이해의 질에는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가 더 궁금해집니다.
종이가 뇌에 남기는 단서, 화면에는 왜 약할까요
연구팀의 해석은 '몸의 감각이 사고의 일부'라는 데 있습니다. 종이책은 펼친 면의 위치, 남은 분량의 두께, 특정 장면이 놓인 자리처럼 손과 눈이 붙잡을 고정된 좌표를 끊임없이 내어 줍니다. 뇌는 이 물리적 단서를 이정표 삼아 이야기의 지도를 그리므로, 앞뒤를 잇는 데 힘을 덜 들일 수 있습니다. 반면 스크롤로 흘러가는 화면은 '지금 어디쯤'이라는 공간 감각이 흐릿해, 뇌가 그 공백을 언어영역의 추가 작업으로 메운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 종이로 먼저 읽은 쪽은 전두엽 언어영역이 오히려 덜 바빴는데, 이야기가 놓인 자리를 종이라는 물리적 지면에 일부 맡겨 둔 덕에 머릿속에서 그 위치를 다시 계산할 일이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면에서는 그 지면 감각이 옅어지는 만큼, 같은 이야기를 붙잡아 두는 데 뇌가 품을 조금 더 들이게 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 결과는 일본어가 모국어인 대학생·대학원생 25명이 만화를 읽은 소규모 초기 연구입니다. 글자 위주의 소설이나 업무 문서, 다른 언어권 독자에게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나온 결과를 그대로 한국 독자에게 옮겨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연구를 내 독서법에 적용한다면
그래서 무엇을 바꿔 볼 수 있을까요. 매체를 좋고 나쁨으로 가르기보다, 글의 성격에 따라 독서법을 나눠 보는 접근이 현실적입니다. 특히 한국은 종이책을 읽는 사람 자체가 빠르게 줄고 읽더라도 화면 쪽으로 옮겨 가는 흐름이라, 무엇을 화면으로 읽고 무엇을 종이로 남길지 스스로 정해 두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 줄거리를 엮어 이해해야 하는 긴 글(장편 소설·리포트)은 종이로 읽어 봅니다.
✅ 검색·발췌·가벼운 읽기는 태블릿의 장점을 그대로 살립니다.
✅ 화면으로 긴 글을 읽을 땐 뇌가 더 애쓴다는 점을 감안해, 중간중간 '지금 어디쯤'인지 스스로 정리해 봅니다.
✅ 시험공부나 자료 정리처럼 앞뒤 맥락을 붙잡아야 하는 읽기라면, 종이에 표시해 가며 읽는 방식이 위치 기억에 기댈 여지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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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 주의 이 연구는 참가자 25명 규모의 초기 결과입니다. '종이책이 언제나 낫다'는 결론이 아니라, 매체에 따라 뇌가 쓰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단서로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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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 정보 제공을 위한 인사이트 큐레이션이며, 의료·금융·법률 결정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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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a Umejima, Yuki Sunada, Kuniyoshi L. Sakai (2026). Manga reading on paper vs. digital devices: Prospective effects on core and supportive integration processes in the brain. PLOS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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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iversity of Tokyo (2026). Printed manga may give the brain a storytelling advan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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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Barry Kaufman (2026). Research Roundup, July 2026, Beautiful Minds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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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2024).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