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대학의 인지신경과학자 레오르 즈미그로드(Leor Zmigrod)는 "어떤 사람이 극단적 사상에 빠지는가"라는 질문을 정치 성향이 아니라 사고의 작동 방식에서 풀어낸 연구자입니다. 좌파든 우파든 내용과 무관하게,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신념을 바꾸는 방식 자체에 취약성의 단서가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본인은 자신의 사고가 얼마나 굳어 있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즈미그로드가 인지 검사로 측정한 심리 특성들을, 영향력이 약한 순서에서 가장 강한 순서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6위. 모호함이 불편한 마음
세상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기를 바라는 성향입니다. 답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 회색지대가 넓은 문제 앞에서 유독 불편함을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즈미그로드의 설명에 따르면 강한 이념은 마음을 사로잡아 복잡함과 불확실성, 의견 차이를 견디기 어렵게 만듭니다. 모호함을 빨리 닫아 버리고 싶은 욕구가 클수록, 단순하고 확실한 답을 내미는 사상에 끌리기 쉽다는 뜻입니다. 회의에서 "일단 결론부터 내자"는 말을 자주 한다면 한 번쯤 돌아볼 지점입니다.
5위. 자극을 좇는 충동
극단주의는 차가운 신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즈미그로드는 감정적 충동성, 즉 변동성이 큰 정서와 자극 추구 성향도 함께 관찰된다고 설명합니다. 일상에서 강한 자극과 새로운 흥분을 좇는 기질이 두드러질수록, 격렬한 정서를 동원하는 이념에 반응할 여지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신념의 내용보다 그 신념이 주는 감정의 강도에 이끌리는 셈입니다. 이 부분은 극단주의를 단순히 "잘못 배운 생각"으로만 보던 통념과 결이 달라 마음에 남았습니다.
4위. 권위에 기대는 습관
규칙과 위계가 분명할 때 안심하는 성향입니다. 즈미그로드의 연구에서 사고를 잘 바꾸지 못한 사람들은 권위에 대한 엄격한 복종과 집단 동조를 지지하는 태도와도 연결되었습니다. 누가 옳은지 스스로 따지기보다 위에서 정해 준 답을 받아들이는 쪽이 편하다고 느낄 때, 외부 이데올로기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깁니다. 강한 리더와 명확한 명령 체계를 유난히 선호한다면 그 편안함의 정체를 살펴볼 만합니다. 조직 생활이 익숙한 한국 독자에게는 특히 한 박자 멈추게 하는 대목입니다.
3위. 증거 앞에서 닫히는 문
새로운 사실이 들어와도 기존 생각을 좀처럼 고치지 못하는 성향입니다. 즈미그로드는 인지적으로 경직된 사람일수록 모순되는 정보를 통합하기 어려워, 자기 신념과 충돌하는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관점을 곧장 일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자료를 살펴보며 눈에 띈 점은, 이 성향이 음모론이나 기후변화 부정 같은 믿음에 대한 개방성까지 예측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한번 정한 입장을 바꾸는 일이 패배처럼 느껴진다면, 그 감각 자체가 하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2위. 둘로만 나누는 시선
세상을 우리 편과 적, 옳음과 그름처럼 둘로만 가르는 사고 방식입니다. 즈미그로드는 인지 경직성을 "세상을 아주 이분법적으로 보는 경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중간 단계와 정도의 차이가 사라지고, 모든 사안이 양극단 중 하나로 정리되는 것입니다. 이런 시선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구도로 압축해 주기에 일시적으로는 편하지만, 그만큼 다른 입장을 적으로 돌리기도 쉽습니다. 뉴스나 사회 이슈를 접할 때 무조건 한쪽으로 기울어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심시간에 한 번쯤 떠올려 볼 만한 질문입니다.
1위. 바뀌지 않는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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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심리 검사에서 더 경직된 사람일수록, 어떤 이념이든 가장 이념적으로 경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레오르 즈미그로드(Leor Zmigrod) |
즈미그로드 연구의 가장 중심에 있는 특성은 인지 경직성, 즉 규칙과 정보가 바뀌어도 머리가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는 성향입니다. 단행본 《이념적 뇌(The Ideological Brain)》에서 그는 이를 규칙이 도중에 바뀌는 카드 분류 게임에 비유합니다. 새 규칙이 주어졌는데도 옛 규칙을 고집하는 사람들, 틀렸다는 신호를 받고도 전략을 바꾸지 못한 사람들이 가장 강한 이념적 경직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경향이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지적 유연성의 결여가 그 자체로 모든 종류의 독단적 세계관에 빠질 위험을 키운다는 뜻입니다. 즈미그로드와 동료들이 대규모 표본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인지적 비유연성이 국가 내집단을 지키기 위한 폭력 지지, 나아가 집단을 위해 죽을 의향까지 예측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사고의 고집이 신념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이렇게 무거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연구를 오래 들여다보게 했습니다.
여섯 가지 특성을 관통하는 한 가지는, 이것이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이 굳는 방식"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즈미그로드의 작업이 던지는 위로이자 경고는 분명합니다. 인지 경직성은 고정된 운명이 아니라 정도의 문제이며, 누구나 어느 지점엔가 놓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연구는 특정 집단을 손가락질하기보다, 내 머리가 새 증거 앞에서 얼마나 열려 있는지를 점검하게 만듭니다. 입장을 바꾸는 일을 약함이 아니라 유연함으로 받아들이는 연습, 그 작은 태도의 차이가 결국 극단으로 끌려가지 않는 마음의 근력이 되어 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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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레오르 즈미그로드(Leor Zmigrod), The thinking style that makes people vulnerable to extremism, Psyche.
- Leor Zmigrod, Peter J. Rentfrow, Trevor W. Robbins, Cognitive Inflexibility Predicts Extremist Attitudes, Frontiers in Psychology 10:989 (2019).
- 레오르 즈미그로드(Leor Zmigrod), The Ideological Brain (Penguin, 2025).



